소식
NEWS
"축구 환경은 핀란드보다 한국이 더 좋지만 은퇴 이후엔..."
2019.12.09[인터뷰]'국내 최초 유럽파 골키퍼' 권정혁의 새로운 도전
'꾸준함의 대명사', '국내 최초 유럽파 골키퍼', '골 넣은 골키퍼'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렸던 권정혁 선수. 지난해 41세라는 나이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그는 은퇴 이후 평범한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 활동하게 된 그는 어떤 길을 선택한 것일까?
다음은 3일 서울 구로구 스포잇 사옥에서 만난 권정혁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이제는 선수가 아닌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권 대표 ⓒ 권정혁
▲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권 대표 ⓒ 권정혁
-그렇다면 현재 운영하고 계신 스포잇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포잇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선수들이 은퇴 이후에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도와주는 것과 그 과정에서 강사를 발굴해내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스마트 전광판 사업입니다. 풋살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들을 전광판의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모바일로도 연동하여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스포잇에서 운영하는 '터치 인 잡'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터치 인 잡은 앞서 말씀드린 사업 중 첫 번째에 해당되는 프로그램 입니다.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스포츠 전문가들을 초청하고, 관련 분야로의 취업 준비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주최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단발성에 그치고 있지만 점차 대상을 넓힐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축구협회를 비롯해 다양한 연맹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인천대학교 스포츠 산업 창업보육기업으로 선정된 스포잇 ⓒ 권정혁
- 지난 11월, 스포츠 산업 기업연수에 선정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활동이었나요?
"인천대학교 스포츠산업 창업보육기업으로 선정되어 스포츠 산업 창업기업 발표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어 중국으로 연수를 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중국 심천에서 투자 발표를 할 수 있었고, 중국의 새롭게 발전된 IT, IOT 등의 다양한 기술들을 보며 시각을 넓히고 돌아오는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 선수시절 활동하셨던 핀란드에서 많은 영감을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축구와 어떤 점에서 가장 큰 차이를 느끼셨나요?
"사실 축구 환경은 한국이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에 비해 핀란드 선수들은 은퇴 이후의 삶이 달랐습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한 핀란드 현지 선수들은 대부분 은퇴 후의 삶이 정해져있었습니다. 어떤 선수는 은퇴 후 은행원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선수는 엔지니어가 되는 등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에 비해서 선수들의 미래가 분명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처음으로 제 직업에 대한 소중함도 느꼈고, 그때부터 저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선수 때부터 축구 외의 공부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나요?
"사실 저는 현실적으로 축구선수가 되지 않을 상황을 생각하면서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또한 대학생 때가 아니면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특히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공부했습니다.
실제로 그 당시 공부했던 언어들이 핀란드 구단에 입단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구단의 단장님께서도 제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저를 좋게 봐주셨고, 특히 팀 내에 10년 가까이 활동한 브라질 선수가 있었는데, 제가 약간의 포르투갈어를 구사하자 브라질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며 제가 적응하는데 정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웃음)."
- 선수 시절 기록하셨던 득점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주 원정 경기였습니다. 저는 설기현 선수를 보고 패스를 줬는데 생각보다 공이 멀리 가서 당연히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골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축구의 신이 계시다면 아마 그 때 제게 선물을 주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있습니다(웃음)."
▲ 현역 시절, 득점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권 대표 ⓒ 권정혁
- 선수 생활을 돌아보셨을 때,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경남에서의 마지막 38R 경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에는 점점 은퇴에 대한 생각을 해야겠다고 느꼈고, 감사하게도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경기 MOM과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주전으로 활동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활동했기 때문에 스스로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행복했습니다."
- 현재는 회사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정해진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야한다는 불확실성이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하지만 1년 이상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아이템들이 구체화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팀원들이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주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큰 에너지를 얻고 잘 극복하게 된 것 같습니다."
- 향후 계획과 최종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 전광판 사업을 더욱 글로벌하게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 업체와 협업을 할 계획입니다. 축구는 전 세계 어디서나 좋아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분명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스포츠 선수들이 은퇴 이후에도 경력을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선수 실업 문제에 있어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30세 까지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늘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 습관이 현재까지도 있기 때문에, 늘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도움과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류호진 기자
Copyright ⓒ 오마이뉴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