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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호 유럽 진출 골키퍼' 권정혁, 무한도전의 삶을 디자인하다 (4편)

2020.09.07

 

 

이제는 '스타트업 대표',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다

 선수 은퇴 이후 권정혁이 선택한 길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창업. 대부분의 프로 출신 은퇴 선수들이 지도자, 혹은 단순한 자영업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음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이었다

 "핀란드에 있을 때부터 방향을 가지고 있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 중요한 건 '운동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었거든요. 이게 좋을 수도 있는데, 그 뒤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거죠. 선수들도 그런 마음가짐이 체화되다 보니, 그 뒤에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식 자체가 잘 없어요. 그런데 외국 선수들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점은, 은퇴 후에도 축구와 관련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수도 있겠다는 거였어요.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딱 특정한 아이템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내가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 선수 이후의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준비 덕분이었을까. 권정혁이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는 은퇴 선수와 축구를 배우고 싶은 일반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다

 "여러 가지 준비를 하다 보니 은퇴 선수 문제가 생각보다 크다고 느꼈어요. 저는 할 만큼 하고 끝냈지만, 프로에서 1, 2년 있다 그만 두는 선수도 많고, 대학교 때 운동을 접는 선수도 참 많아요. 그래서 이 선수들이 시간 날 때 와서 일반인 분들께 축구를 가르쳐주고, '알바'처럼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해본 거죠." 



 

권정혁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일단은 살아남는 게 목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대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그러다 안되는 것은 안 하면 되고, 잘 되는 건 계속하면 되는 거죠. 프로젝트를 시작해 진행하다 보면 그게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수익도 자연스럽게 생기고. '꼭 이걸 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저의 경력, 저희 팀원들의 배경에 맞는 일 중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권정혁이 이뤄낸 것은 과거의 자신이 차근차근 만들어온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해프닝'이었다. 매일 킥 연습에 투자한 20분은 골키퍼가 평생 한 번을 넣어볼까 말까 한 멋진 골로 돌아왔고, 유럽 축구를 향한 막연한 동경으로 들었던 영어 수업은 결국 최초의 유럽 리그 골키퍼 개척자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미래에 대한 고민들 아끼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미래는 결국 현재에 집중하는 것으로 얻는 것임을 보여준 그에게 마지막 고려대 축구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부탁했다


 

 

 "일방적으로 '내가 걸어온 길이 맞다.'고 말하는 건 좀 위험한 생각 같아요. 다만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이 참 좁잖아요. 대학 생활이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 스케줄 된 삶일 텐데가끔은 당신의 삶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우리 삶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이 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내면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게 없다면 남들의 조언은 의미가 없는 셈이죠. 결국 본인에게 맞는 방향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제는 축구 선수가 아닌, 한 회사의 대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인생의 제2, 권정혁은 유럽 리그 진출 직후의 자신이 그랬듯 다시금 '도전자'의 입장에 놓였다. 30년 동안 골대를 지키면서 쉴 새 없이 디자인해온 그라운드 밖 권정혁의 삶이 어떤 문양과 색깔로 장식됐을지는, 앞으로 보여줄 그의 도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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