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포잇의 권정혁 대표는 국가대표 축구 골키퍼 출신이다. 1996년 아시아 학생 선수권 대표와 청소년 대표, 1997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국가대표를 거쳐 2001년 울산 현대 호랑이에서 국내 프로축구에 데뷔했고, 이후 광주 상무 불사조, 포항 스틸러스, FC 서울 등을 거쳐 2009년 핀란드의 로바니에멘 팔로세우라에 국내 골키퍼 중 최초로 유럽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2018년 은퇴할 때까지 인천 유나이티드 FC, 광주 FC, 부천 FC 1995, 경남 FC, FC 의정부 등에서 선수로 활동했다. 줄곧 축구 선수로 인생을 살아온 그는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는 스타트업 스포잇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 스포잇 아이템을 발표하고 있는 권정혁 대표 >(출처=IT동아)
궁금했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은퇴까지 선수로 필드 위에서 뛰었던 그가 지금은 유니폼이 아닌 정장이 어울리는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인터뷰도 낯설어 하는 그는 대체 왜 축구 현장을 떠나 스타트업 대표라는 옷으로 갈아 입었을까.
초등학교 축구 선수가 프로 데뷔할 확률은? 0.18%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축구 선수의 경우, 20대 초반 정말 많은 선수가 은퇴합니다.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는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등록된 축구 선수 중 프로선수로 뛸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0.8%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프로축구 구단에서 주전선수로 뛸 확률은 0.18%입니다. 청소년 시절 축구 하나만 보고 뛰었던 선수가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생각하는 스포잇은 여기에 집중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운동 아무나 하는 것 아니라고. 힘든 길이라고.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열광하고 국가대표 축구 경기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등 유럽 프로축구 경기를 챙겨보는 팬이지만,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은 알지 못했다. 0.18%. 충격이었다.
권 대표가 스포잇을 창업한 이유다. 축구 선수를 포함, 예기치 못한 시점에 은퇴한 운동선수가 제 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의 길을 마련하겠다는 것. 국내 학원 축구에는 축구인 수만 명이 몸담고 있다. 하지만, 체계 잡히지 않은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는 현실 속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프로선수라는 목표, 그 하나의 길을 향해 뛰었던 20대 청년이 운동을 떠나 사회 속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까.
< 스포잇 권정혁 대표 >(출처=IT동아)
IT동아: 먼저 스포잇 소개를 부탁한다.
권정혁 대표(이하 권 대표): 스포잇의 서비스는 휴먼 매칭 플랫폼이다. 사람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자,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던 20대 초반 젊은 선수가 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은퇴해야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부상, 경쟁력 상실, 군대 등. 프로는 이상 속 바라는 꿈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20대 은퇴한 청년, 아니 이 학생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이 없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핀란드에서 유럽 프로축구를 경험했다. 핀란드라는 나라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적성검사를 받은 최소 1년간 기존에 받았던 연봉의 80%를 보장받으며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부러웠다. 이런 서비스, 이런 솔루션을 한국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준비한 것이 스포잇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은퇴한 프로 선수를 일반인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조기축구처럼 일반인들이 즐기는 동호회에 은퇴한 프로축구 선수가 방문해 하루, 일주일, 한달간 코치 또는 감독처럼 훈련을 돕는다. 일반인을 위한 강의도 진행할 수 있고.
< 핀란드 프로축구 리그에 진출했던 권정혁 대표 >(출처=IT동아)
은퇴한 운동 선수의 미래는 어떻게?
IT동아: 이건… 당황스럽다. 정부, 공기관이 해야 할 일 아닌가.
권 대표: 가까운 일본만 해도 이러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한다. 운동 선수의 수명은 짧기 때문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아니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일부다. 프로 무대에서 축구화 끈, 야구공 한번 잡아 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안타까운 선수가 있다. 이들을 위한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사실 이러한 준비는 은퇴 선수가 아니라 현역 선수에게 더욱 필요하다. 프로 선수는 언제 사고처럼 은퇴의 순간을 맞이할지 모른다. 은퇴한 뒤에 준비한다? 늦다. 다시 몇 년의 시간을 배워야 한다. 일본은 지난 1996년부터 축구 협회 차원에서 '세컨라이프'라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제는 다른 종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운동 선수가 은퇴한 뒤) 살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얼마 전, 프로축구연맹이 진행하는 은퇴선수 교육 행사에 강연자로 나갔었다. 우리 스포잇의 서비스를 소개하자 은퇴선수를 포함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 K리그에서 골키퍼로 10여년간 활약헸던 권정혁 대표 >(출처=IT동아)
IT동아: 어떤 것이 있을까.
권 대표: 은퇴 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몇 가지 교육과 함께 앞서 소개한 플랫폼 서비스를 함께 준비했다. 은퇴 선수는 고립감을 심하게 느낀다. 심적 부담감도 상당하고. 먼저 이들의 몸과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체계화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제 교재로도 낼 생각이다.
전문 레슨을 찾는 곳은 상당히 많다. 조기 축구 동호회에서 코치를 원하기도 하고, 1년에 월 2회씩 24번을 찾아와 전문 훈련을 원하는 클럽도 있다. 대회를 준비 중인 70명 이상이 활동 중인 한 대학교 축구 동아리이 팀 전술 훈련을 요청하기도 했고. 학원 축구 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개인 레슨을 원하기도 하고.
IT동아: 코치, 감독, 레슨… 운동만 하던 선수가 아마추어 팀 또는 개인을 지도한다 것이 쉽지 않을텐데.
권 대표: 맞다. 그래서 강사(은퇴 선수)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강사를 교육하고, 강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했다.
한가지 오해할 수 있는데, 스포잇은 전문 강사진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스포잇은 은퇴 선수와 일반인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축구 강사와 축구를 배우길 원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는 없다.
프로축구 골키퍼가 시작한 스타트업, 스포잇
IT동아: 언제 창업을 결심했는지.
권 대표: 아이디어는 핀란드에서 선수로 뛸 때부터 있었다. 창업은 2019년 2월 28일했다. 준비는 더 오래했다. 2017 시즌 아직 선수로 뛰고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2018년 2월 선수를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인천대학교에서 창업교육을, 경기대학교에서 스포츠창업교육을 수료했고, 인천대학교와 경기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초기 창업 자금을 지원 받았다.
< 프로축구 골키퍼 선수가 창업한 스타트업, 스포잇 >(출처=IT동아)
IT동아: 함께 하고 있는 강사는 얼마나 있는지.
권 대표: (2019년 12월 기준) 우리는 파트너라고 부르는데, 20명 정도다. 파트너 교육은 이강인 선수의 스승으로 자주 언급되는 최진태 감독이 스포잇 테크니컬 디렉터로 합류해 노력하고 있다.
IT동아: 스포잇이 지향하는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한다는 것,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이다.
권 대표: 많이 어렵다. 그나마 프로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실력을 검증 받은 선수가 은퇴하는 경우는 괜찮다. 문제는 유소년 팀에서 은퇴하는 선수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하다가 은퇴하는 경우다. 운동 선수는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전국에서 좀 한다는 선수들이 매년 10명 정도 프로에 데뷔한다. 이중에서 프로 구단 1군으로 들어오는 선수? 1명, 2명이 전부다. 프로의 문은 그만큼 좁다.
이 같은 현실을 미리 학생에게 알려줘야 한다. 은퇴 준비라고 하지만, 커리어 관리 즉, 경력 관리다. 이걸 교육해야 한다. 비단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구, 농구, 배구 등… 모든 운동 선수에게 필요한 숙제다.
은퇴 후의 길이 단순히 코치, 개인 레슨 등으로만 한정되어 있지도 않다. 운동 선수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은 의외로 넓다. 고되고 힘든 경험을 몇 년간 견딘 선수들은 정신력과 체력이 출중하다. 사회성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러한 인재를 필요로 하고,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 하나씩 배워가며 준비한 스포잇 창업 >(출처=IT동아)
IT동아: 문득 핀란드 시스템이 궁금하다.
권 대표: 핀란드에서 선수로 뛸 때 친해진 한국인이 1명 있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는데, 이분은 은퇴한 뒤 적성검사를 받고 목수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지금까지 배웠던 것과 현실은 참 많이 달랐다.
운동 선수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31살 나이에 국내 골키퍼 중 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면서 얻은 경험은 휴식의 중요성이었다. 6개월 동안 몸과 함께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자 그동안 안되던 동작도 나왔다. 짧은 운동 선수 수명이 아닌, 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유독 국내 운동 선수들은 은퇴 후를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같은 생각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선수로 오래 남아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는 죽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핀란드 축구 선수들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스킬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같은 팀에서 같이 뛴 2살 많은 선수는 은행원 자격증이 있었고, 동갑인 중앙 수비수는 엔지니어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축구선수 인자기는 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웃음).
IT동아: 인자기가 회계사라는 말인가(웃음).
권 대표: 미국에도 학력 높은 선수들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 인기가 높은 유럽의 클럽 시스템은 학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식을 바꾸고, 시스템을 변화해야 한다.
스포잇이라는 이름은 스포츠에 IT를 더했다는 의미다. 열심히 IT를 배우고 있다. 40년 가까이 축구 선수로 뛰었다. 그만큼 사회 경험은 남들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늦게 출발한 만큼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앞으로 은퇴하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이지 않겠는가. 그들이, 후배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우리가, 스포잇이 모든 것을 직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할 수도 없고(웃음). 그래서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지향했다. 앞으로도 우리 스포잇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기사제공 동아일보
스타트업 스포잇의 권정혁 대표는 국가대표 축구 골키퍼 출신이다. 1996년 아시아 학생 선수권 대표와 청소년 대표, 1997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국가대표를 거쳐 2001년 울산 현대 호랑이에서 국내 프로축구에 데뷔했고, 이후 광주 상무 불사조, 포항 스틸러스, FC 서울 등을 거쳐 2009년 핀란드의 로바니에멘 팔로세우라에 국내 골키퍼 중 최초로 유럽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2018년 은퇴할 때까지 인천 유나이티드 FC, 광주 FC, 부천 FC 1995, 경남 FC, FC 의정부 등에서 선수로 활동했다. 줄곧 축구 선수로 인생을 살아온 그는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는 스타트업 스포잇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 스포잇 아이템을 발표하고 있는 권정혁 대표 >(출처=IT동아)궁금했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은퇴까지 선수로 필드 위에서 뛰었던 그가 지금은 유니폼이 아닌 정장이 어울리는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인터뷰도 낯설어 하는 그는 대체 왜 축구 현장을 떠나 스타트업 대표라는 옷으로 갈아 입었을까.
초등학교 축구 선수가 프로 데뷔할 확률은? 0.18%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축구 선수의 경우, 20대 초반 정말 많은 선수가 은퇴합니다.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는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등록된 축구 선수 중 프로선수로 뛸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0.8%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프로축구 구단에서 주전선수로 뛸 확률은 0.18%입니다. 청소년 시절 축구 하나만 보고 뛰었던 선수가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생각하는 스포잇은 여기에 집중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운동 아무나 하는 것 아니라고. 힘든 길이라고.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열광하고 국가대표 축구 경기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등 유럽 프로축구 경기를 챙겨보는 팬이지만,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은 알지 못했다. 0.18%. 충격이었다.
권 대표가 스포잇을 창업한 이유다. 축구 선수를 포함, 예기치 못한 시점에 은퇴한 운동선수가 제 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의 길을 마련하겠다는 것. 국내 학원 축구에는 축구인 수만 명이 몸담고 있다. 하지만, 체계 잡히지 않은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는 현실 속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프로선수라는 목표, 그 하나의 길을 향해 뛰었던 20대 청년이 운동을 떠나 사회 속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까.
< 스포잇 권정혁 대표 >(출처=IT동아)IT동아: 먼저 스포잇 소개를 부탁한다.
권정혁 대표(이하 권 대표): 스포잇의 서비스는 휴먼 매칭 플랫폼이다. 사람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자,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던 20대 초반 젊은 선수가 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은퇴해야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부상, 경쟁력 상실, 군대 등. 프로는 이상 속 바라는 꿈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20대 은퇴한 청년, 아니 이 학생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이 없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핀란드에서 유럽 프로축구를 경험했다. 핀란드라는 나라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적성검사를 받은 최소 1년간 기존에 받았던 연봉의 80%를 보장받으며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부러웠다. 이런 서비스, 이런 솔루션을 한국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준비한 것이 스포잇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은퇴한 프로 선수를 일반인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조기축구처럼 일반인들이 즐기는 동호회에 은퇴한 프로축구 선수가 방문해 하루, 일주일, 한달간 코치 또는 감독처럼 훈련을 돕는다. 일반인을 위한 강의도 진행할 수 있고.
< 핀란드 프로축구 리그에 진출했던 권정혁 대표 >(출처=IT동아)은퇴한 운동 선수의 미래는 어떻게?
IT동아: 이건… 당황스럽다. 정부, 공기관이 해야 할 일 아닌가.
권 대표: 가까운 일본만 해도 이러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한다. 운동 선수의 수명은 짧기 때문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아니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일부다. 프로 무대에서 축구화 끈, 야구공 한번 잡아 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안타까운 선수가 있다. 이들을 위한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사실 이러한 준비는 은퇴 선수가 아니라 현역 선수에게 더욱 필요하다. 프로 선수는 언제 사고처럼 은퇴의 순간을 맞이할지 모른다. 은퇴한 뒤에 준비한다? 늦다. 다시 몇 년의 시간을 배워야 한다. 일본은 지난 1996년부터 축구 협회 차원에서 '세컨라이프'라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제는 다른 종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운동 선수가 은퇴한 뒤) 살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얼마 전, 프로축구연맹이 진행하는 은퇴선수 교육 행사에 강연자로 나갔었다. 우리 스포잇의 서비스를 소개하자 은퇴선수를 포함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 K리그에서 골키퍼로 10여년간 활약헸던 권정혁 대표 >(출처=IT동아)IT동아: 어떤 것이 있을까.
권 대표: 은퇴 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몇 가지 교육과 함께 앞서 소개한 플랫폼 서비스를 함께 준비했다. 은퇴 선수는 고립감을 심하게 느낀다. 심적 부담감도 상당하고. 먼저 이들의 몸과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체계화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제 교재로도 낼 생각이다.
전문 레슨을 찾는 곳은 상당히 많다. 조기 축구 동호회에서 코치를 원하기도 하고, 1년에 월 2회씩 24번을 찾아와 전문 훈련을 원하는 클럽도 있다. 대회를 준비 중인 70명 이상이 활동 중인 한 대학교 축구 동아리이 팀 전술 훈련을 요청하기도 했고. 학원 축구 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개인 레슨을 원하기도 하고.
IT동아: 코치, 감독, 레슨… 운동만 하던 선수가 아마추어 팀 또는 개인을 지도한다 것이 쉽지 않을텐데.
권 대표: 맞다. 그래서 강사(은퇴 선수)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강사를 교육하고, 강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했다.
한가지 오해할 수 있는데, 스포잇은 전문 강사진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스포잇은 은퇴 선수와 일반인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축구 강사와 축구를 배우길 원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는 없다.
프로축구 골키퍼가 시작한 스타트업, 스포잇
IT동아: 언제 창업을 결심했는지.
권 대표: 아이디어는 핀란드에서 선수로 뛸 때부터 있었다. 창업은 2019년 2월 28일했다. 준비는 더 오래했다. 2017 시즌 아직 선수로 뛰고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2018년 2월 선수를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인천대학교에서 창업교육을, 경기대학교에서 스포츠창업교육을 수료했고, 인천대학교와 경기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초기 창업 자금을 지원 받았다.
< 프로축구 골키퍼 선수가 창업한 스타트업, 스포잇 >(출처=IT동아)IT동아: 함께 하고 있는 강사는 얼마나 있는지.
권 대표: (2019년 12월 기준) 우리는 파트너라고 부르는데, 20명 정도다. 파트너 교육은 이강인 선수의 스승으로 자주 언급되는 최진태 감독이 스포잇 테크니컬 디렉터로 합류해 노력하고 있다.
IT동아: 스포잇이 지향하는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한다는 것,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이다.
권 대표: 많이 어렵다. 그나마 프로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실력을 검증 받은 선수가 은퇴하는 경우는 괜찮다. 문제는 유소년 팀에서 은퇴하는 선수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하다가 은퇴하는 경우다. 운동 선수는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전국에서 좀 한다는 선수들이 매년 10명 정도 프로에 데뷔한다. 이중에서 프로 구단 1군으로 들어오는 선수? 1명, 2명이 전부다. 프로의 문은 그만큼 좁다.
이 같은 현실을 미리 학생에게 알려줘야 한다. 은퇴 준비라고 하지만, 커리어 관리 즉, 경력 관리다. 이걸 교육해야 한다. 비단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구, 농구, 배구 등… 모든 운동 선수에게 필요한 숙제다.
은퇴 후의 길이 단순히 코치, 개인 레슨 등으로만 한정되어 있지도 않다. 운동 선수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은 의외로 넓다. 고되고 힘든 경험을 몇 년간 견딘 선수들은 정신력과 체력이 출중하다. 사회성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러한 인재를 필요로 하고,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 하나씩 배워가며 준비한 스포잇 창업 >(출처=IT동아)IT동아: 문득 핀란드 시스템이 궁금하다.
권 대표: 핀란드에서 선수로 뛸 때 친해진 한국인이 1명 있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는데, 이분은 은퇴한 뒤 적성검사를 받고 목수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지금까지 배웠던 것과 현실은 참 많이 달랐다.
운동 선수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31살 나이에 국내 골키퍼 중 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면서 얻은 경험은 휴식의 중요성이었다. 6개월 동안 몸과 함께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자 그동안 안되던 동작도 나왔다. 짧은 운동 선수 수명이 아닌, 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유독 국내 운동 선수들은 은퇴 후를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같은 생각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선수로 오래 남아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는 죽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핀란드 축구 선수들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스킬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같은 팀에서 같이 뛴 2살 많은 선수는 은행원 자격증이 있었고, 동갑인 중앙 수비수는 엔지니어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축구선수 인자기는 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웃음).
IT동아: 인자기가 회계사라는 말인가(웃음).
권 대표: 미국에도 학력 높은 선수들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 인기가 높은 유럽의 클럽 시스템은 학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식을 바꾸고, 시스템을 변화해야 한다.
스포잇이라는 이름은 스포츠에 IT를 더했다는 의미다. 열심히 IT를 배우고 있다. 40년 가까이 축구 선수로 뛰었다. 그만큼 사회 경험은 남들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늦게 출발한 만큼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앞으로 은퇴하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이지 않겠는가. 그들이, 후배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우리가, 스포잇이 모든 것을 직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할 수도 없고(웃음). 그래서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지향했다. 앞으로도 우리 스포잇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기사제공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