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장거리 골 넣은 국가대표 골키퍼가 유니폼 벗고 창업한 이유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K리그 최장 거리 골 기록 보유
은퇴 후 지도자 아닌 창업의 길 택해
은퇴 선수와 축구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 연결
2013년 제주 유나이티드와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에서 한국프로축구 K리그 역사상 첫 골키퍼 필드골이 터졌다. 동시에 이 골은 K리그 통산 최장거리 골(85m)로 남았다. 당시 인천의 수문장이었던 권정혁이 찬 골이었다. 설기현 선수에게 주려고 찼던 공이 길게 날아가 그대로 상대편 골문 안에 꽂힌 것이다.
권정혁은 국내 골키퍼 중 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또 2002년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몸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은퇴하거나 부상 등으로 운동을 그만둔 프로 선수와 축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을 연결해주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스포츠 휴먼 매칭 플랫폼 ‘스포잇’의 권정혁(42) 대표를 만났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스포츠 휴먼 매칭 플랫폼 ‘스포잇’ 대표 권정혁입니다. 30여년간의 선수 생활을 끝내고 2019년 창업했습니다. ‘스포잇’은 은퇴 선수와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줍니다.”
출처: 스포잇 제공
권 대표는 K리그 최장 거리 골 기록을 가지고 있다.
-축구 선수로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학교 축구부 감독님과 코치님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키가 193cm인데 초등학생 때부터 반에서 항상 제일 컸어요. 자연스레 골키퍼 포지션을 추천받아 골대를 지켰습니다.
2002년에는 거스 히딩크가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팬이었던 히딩크 감독 팀에 속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분이었어요. 지도자가 모든 선수를 존중하고 똑같이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팀원을 하나로 만드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16년간 프로축구 선수로 뛰면서 K리그 역대 최장 거리 골 기록(85m)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3년 제주 원정 경기에서 설기현 선수에게 주려고 길게 찬 공이 그대로 상대편 골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골을 넣으려고 공을 찬 게 아닌데 들어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축구가 정말 재밌어서 경기장에서 뛸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권 대표는 2009년 국내 골키퍼 중 최초로 유럽에 진출해 핀란드의 로바니에멘 팔로세우라에서 뛰었다.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창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09년 핀란드에서 1년여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국내 축구 환경과 다른 점을 봤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과 달리 대부분의 핀란드 선수들은 은퇴 이후 뚜렷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선수로 뛰면서 자격증을 따거나 기술을 익혔어요. 은행원, 엔지니어 등 은퇴 후 제2의 삶을 준비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 외 다른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운동에만 매달리죠. 그래서 보통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계획이 없습니다. 부상 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운동을 접으면 막막해하죠. 일반인보다 취업 전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운동선수 현황자료를 보면 20대 은퇴선수 비율이 87%에 달합니다. 또 은퇴선수 10명 중 3.5명은 무직입니다. 선수들이 은퇴한 이후 제2의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창업 자본금은 약 1억원이었습니다. 2019년 경기도콘텐츠진흥원 어드밴스드 스타트업 프로그램 보육기업에 뽑혀 3000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이후 인천대학교·경기대학교 스포츠산업 창업보육과정 실전 보육기업, 2020년 2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보육기업 등에 선정돼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권 대표와 '스포잇' 직원들.
‘스포잇’은 은퇴하거나 부상 등으로 운동을 그만둔 프로 선수와 축구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제공한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축구단에 은퇴한 프로축구 선수가 코치 또는 감독으로 나서 훈련을 돕는다.
“조기 축구 동호회, 일반인 축구 클럽, 대학교 축구 동아리 등 단체뿐 아니라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개인들도 전문 레슨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퇴한 프로축구 선수가 아마추어팀이나 개인을 지도합니다. 지도자로 활동하기 전에 선수들이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맞춤 교육을 합니다. 이강인 선수의 스승으로 알려진 최진태 감독이 테크니컬 디렉터로 합류해 선수 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은 실전 경험이 있는 프로 선수에게 전문 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습니다.”
'스포잇'은 스마트 전광판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 연동 시스템인 ‘스풋’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포잇'은 스마트 전광판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 연동 시스템인 ‘스풋’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포잇’은 매칭 서비스 외에도 ‘터치 인 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포츠 전문가들을 초청해 스포츠 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청소년,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직무 멘토링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설기현 감독, 김태륭 축구 해설위원, 정순주 아나운서 등이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강연 교육을 했다.
이 밖에도 스마트 전광판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 연동 시스템인 ‘스풋’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마트 전광판이란 기존 경기장 전광판에 선수가 개인 기록을 더 쉽게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제품이다. 경기 시간, 점수 표시 기능뿐 아니라 골을 넣었을 때 득점한 선수 정보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또 본인의 경기 정보들을 모두 모바일 앱에 연동해 관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경기장에서의 선수들 모습을 카메라로 자동 촬영하고 모바일로 볼 수 있게 한 개인기록 관리 시스템이다.
“스포츠와 IT를 접목해 ‘스풋’을 개발했습니다. 지금은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 모습을 전광판으로보면서 보완점 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이 뛴 거리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한 실내풋살장과 계약해 스마트 전광판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말이면 자신이 골을 넣은 장면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을겁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작년 매출은 약 1500만~2000만원입니다. 올해 예상 매출은 7500만~1억원입니다. 선수와 일반인을 연결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축구선수로서의 삶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사업가로서 회사를 잘 이끌어가는 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여러 축구연맹, 축구협회와 협업해 은퇴 선수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또 축구뿐 아니라 야구, 배구, 농구 등으로 종목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에요. 은퇴 선수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임헌진 기자 jobsN@naver.com
Copyright ⓒ jobsN
기사제공 jobsN
K리그 최장거리 골 넣은 국가대표 골키퍼가 유니폼 벗고 창업한 이유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K리그 최장 거리 골 기록 보유
은퇴 후 지도자 아닌 창업의 길 택해
은퇴 선수와 축구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 연결
2013년 제주 유나이티드와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에서 한국프로축구 K리그 역사상 첫 골키퍼 필드골이 터졌다. 동시에 이 골은 K리그 통산 최장거리 골(85m)로 남았다. 당시 인천의 수문장이었던 권정혁이 찬 골이었다. 설기현 선수에게 주려고 찼던 공이 길게 날아가 그대로 상대편 골문 안에 꽂힌 것이다.
권정혁은 국내 골키퍼 중 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또 2002년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몸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은퇴하거나 부상 등으로 운동을 그만둔 프로 선수와 축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을 연결해주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스포츠 휴먼 매칭 플랫폼 ‘스포잇’의 권정혁(42) 대표를 만났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스포츠 휴먼 매칭 플랫폼 ‘스포잇’ 대표 권정혁입니다. 30여년간의 선수 생활을 끝내고 2019년 창업했습니다. ‘스포잇’은 은퇴 선수와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줍니다.”
권 대표는 K리그 최장 거리 골 기록을 가지고 있다.
-축구 선수로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학교 축구부 감독님과 코치님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키가 193cm인데 초등학생 때부터 반에서 항상 제일 컸어요. 자연스레 골키퍼 포지션을 추천받아 골대를 지켰습니다.
2002년에는 거스 히딩크가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팬이었던 히딩크 감독 팀에 속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분이었어요. 지도자가 모든 선수를 존중하고 똑같이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팀원을 하나로 만드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16년간 프로축구 선수로 뛰면서 K리그 역대 최장 거리 골 기록(85m)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3년 제주 원정 경기에서 설기현 선수에게 주려고 길게 찬 공이 그대로 상대편 골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골을 넣으려고 공을 찬 게 아닌데 들어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축구가 정말 재밌어서 경기장에서 뛸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권 대표는 2009년 국내 골키퍼 중 최초로 유럽에 진출해 핀란드의 로바니에멘 팔로세우라에서 뛰었다.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창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09년 핀란드에서 1년여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국내 축구 환경과 다른 점을 봤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과 달리 대부분의 핀란드 선수들은 은퇴 이후 뚜렷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선수로 뛰면서 자격증을 따거나 기술을 익혔어요. 은행원, 엔지니어 등 은퇴 후 제2의 삶을 준비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 외 다른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운동에만 매달리죠. 그래서 보통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계획이 없습니다. 부상 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운동을 접으면 막막해하죠. 일반인보다 취업 전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운동선수 현황자료를 보면 20대 은퇴선수 비율이 87%에 달합니다. 또 은퇴선수 10명 중 3.5명은 무직입니다. 선수들이 은퇴한 이후 제2의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창업 자본금은 약 1억원이었습니다. 2019년 경기도콘텐츠진흥원 어드밴스드 스타트업 프로그램 보육기업에 뽑혀 3000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이후 인천대학교·경기대학교 스포츠산업 창업보육과정 실전 보육기업, 2020년 2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보육기업 등에 선정돼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권 대표와 '스포잇' 직원들.
‘스포잇’은 은퇴하거나 부상 등으로 운동을 그만둔 프로 선수와 축구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제공한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축구단에 은퇴한 프로축구 선수가 코치 또는 감독으로 나서 훈련을 돕는다.
“조기 축구 동호회, 일반인 축구 클럽, 대학교 축구 동아리 등 단체뿐 아니라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개인들도 전문 레슨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퇴한 프로축구 선수가 아마추어팀이나 개인을 지도합니다. 지도자로 활동하기 전에 선수들이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맞춤 교육을 합니다. 이강인 선수의 스승으로 알려진 최진태 감독이 테크니컬 디렉터로 합류해 선수 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은 실전 경험이 있는 프로 선수에게 전문 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습니다.”
'스포잇'은 스마트 전광판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 연동 시스템인 ‘스풋’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포잇'은 스마트 전광판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 연동 시스템인 ‘스풋’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포잇’은 매칭 서비스 외에도 ‘터치 인 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포츠 전문가들을 초청해 스포츠 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청소년,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직무 멘토링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설기현 감독, 김태륭 축구 해설위원, 정순주 아나운서 등이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강연 교육을 했다.
이 밖에도 스마트 전광판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 연동 시스템인 ‘스풋’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마트 전광판이란 기존 경기장 전광판에 선수가 개인 기록을 더 쉽게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제품이다. 경기 시간, 점수 표시 기능뿐 아니라 골을 넣었을 때 득점한 선수 정보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또 본인의 경기 정보들을 모두 모바일 앱에 연동해 관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경기장에서의 선수들 모습을 카메라로 자동 촬영하고 모바일로 볼 수 있게 한 개인기록 관리 시스템이다.
“스포츠와 IT를 접목해 ‘스풋’을 개발했습니다. 지금은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 모습을 전광판으로보면서 보완점 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이 뛴 거리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한 실내풋살장과 계약해 스마트 전광판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말이면 자신이 골을 넣은 장면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을겁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작년 매출은 약 1500만~2000만원입니다. 올해 예상 매출은 7500만~1억원입니다. 선수와 일반인을 연결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축구선수로서의 삶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사업가로서 회사를 잘 이끌어가는 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여러 축구연맹, 축구협회와 협업해 은퇴 선수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또 축구뿐 아니라 야구, 배구, 농구 등으로 종목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에요. 은퇴 선수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임헌진 기자 jobs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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